Abstract
이 논문은 『순자』와 『여씨춘추』의 음악론을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과 음악 소리와 공명하는 기를 중심에 두고 분석하는 글이다. 『여씨춘추』와 『순자』는 당시 팽배했을 음악 비판에 욕망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기를 든다. 『여씨춘추』는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을 긍정하며 비악론을 비판하는 한편, 양생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자극만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보면서 사치스러운 음악도 비판한다. 『순자』는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선천적 성향을 가장 먼저 지적하지만 전반적인 논의는 교화의 수단으로서의 음악에 초점을 맞춘다. 음악의 불가결성은 음악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에 있지만 음악의 효용은 즐거움보다는 교화에 있게 된 셈이다. 『순자』와 『여씨춘추』는 기 개념을 통해 음악에 특별한 기능을 부여하지만 그 내용은 서로 달라서, 『순자』에서 음악은 체내 기와 윤리적으로 공명하여 교화 작용을 수행하고, 『여씨춘추』에서 음악은 자연계 기와 물리적으로 공명하여 천지의 조화에 기여한다. 천지의 조화는 양생과 함께 음악의 자연성 진작 기능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순자』는 음악적 즐거움을 중심에 둔 논의를 전개하지 않기 때문에 즐거움의 탐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 또한 교화 작용을 통해 음악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지만 음악 교화에서 개인의 수양 영역이 축소되어 음악의 도덕적 효과에 관한 이전 시대 논의를 성공적으로 이어가지 못한다. 『여씨춘추』는 욕망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양생의 관점과 결합시켜 음악을 옹호할 뿐 아니라 음악 탐닉을 비판하기도 하고, 기의 공명을 통해 음악을 천지의 조화에 연결시킨다는 점에서, 비악론에 대한 대응과 맹아적 단계의 상관적 사유의 반영이라는 당시 음악론에게 요구되었음 직한 내용을 적절히 담아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