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존재와 시간』 속 죽음분석(§46-53)은 죽음에 대한 분석이 아니라, 현 존재의 고유한 존재방식으로서 ‘끝을 향해 있음’(ein Sein zum Ende)에 대한 분석이다. 그리고 그 분석은 결국 현존재의 의미를 ‘죽음을 향한 자유’(eine Freiheit zum Tode)로 드러낸다. 본 연구는 『존재와 시간』과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 사이의 본질적 연관을 근거로, 하이데거의 이러한 죽음분석이 무엇보다 ‘칸트적 기초존재론’이라는 그의 고유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논증하고자 한다. 하이데거는 특히 칸트의 도덕 형이상학을 ‘형이상학의 정초를 위한 기초존재론’으로 재해석하는데, 이때 ‘유한성’(eine Endlichkeit)이 그러한 해석의 단초로 등장한다. 본 연구는 이 지점에서 하나의 적극적인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그것은 형이상학의 정초라는 칸트적 시도에서 하이데거가 부각시키는 유한성 개념이 『존재와 시간』 속 죽음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데거의 죽음분석은 형이상학의 정초에 대한 논의인 것이다. 이러한 해석방향은 그의 칸트해석 속에 이미 죽음분석의 주요개념들, 이를테면 끝, 목적, 자유 등에 대한 논의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통해 강화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본 논문은 이로서 하이데거의 죽음이해 즉 ‘끝을 향해 있음’이 특히 ‘유한성을 통한 형이상학의 정초’라는 그의 칸트해석 속에서 비로소 적절히 이해될 수 있음을 논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