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중국의 문헌 노자에는 ‘여성적’ 표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학자들은 이를 현대의 여성주의 철학과 연결시키거나 또는 친여성주의적 철학으로 노자를 해석하려는 시도가 상당수 있어 왔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해석에 동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해석은 노자와 관련된 문헌 전통에서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또한 특정 주석서를 통한 해석에 바탕하여 해석할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자를 여성주의와 접속시키려는 시도의 발원지는 조셉 니담, 앤거스 그레이엄 그리고 모계사회와 생식숭배론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서 나머지 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니담의 논의이다. 그런데 이러한 니담의 해석은 노자에 대한 도식적 규정, 선별적인 원문 인용에 근거한 것으로서 실질적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오히려 다른 학자들은 노자의 여성적 표현이 여성성의 강조라기보다, 성인 남성 통치자의 보완적인 처세 방식이라 말한다. 실제로 새로이 발굴된 곽점노자에는 여성적 가치를 강조하는 표현을 찾을 수 없으며, 백서노자와 함께 발굴된 문헌에서 ‘여성적 절도’는 오히려 반여성주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상 노자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은, 따라서 니담의 자극을 통해 새롭게 제기된 문제의식으로 노자를 해석하려는 시도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도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주의할 점은 춘추전국 시대의 노자라는 텍스트 자체에 혹은 ‘노자’라는 인물에게 ‘여성주의적 철학’ 또는 ‘친여성주의적 사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