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논자는 이 글에서 한국의 현행 고교 윤리(도덕) 및 철학 교과서에 나타난 반철학적·비철학적 교화의 흔적들을 적시하며 그것들을 극복하는 올바른 방향성의 윤곽을 시론적으로 제시해 보았다.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고등학교 고전과 윤리』, 『고등학교 철학』 등 네 종의 검인정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논자는 각각 ‘평면적·나열적 내용 구성’, ‘윤리의 도구적 합리화’, ‘동아시아 전통의 특권화’, ‘의사소통의 수직적 왜곡’으로 요약되는 네 가지 문제점이 그러한 교화의 흔적으로 교과서에 나타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맨 먼저 논자는 ‘평면적·나열적 내용 구성’에 대해 향후 교과서의 내용 구성을 단순히 평면적이고 나열적인 방식에서 보다 더 입체적이고 문제 제기적인 방식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윤리의 도구적 합리화’에 대해서는 교과서가 도덕적인 양심을 자양하는 밑거름이 되어야지 단순히 유불리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타산성의 배양토가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셋째로 ‘동아시아 전통의 특권화’에 대해서는 동아시아 사상을 단순히 그것이 ‘우리 것’이란 이유로 윤리책에 싣기 전에 그중에서 윤리와 관련 있는, 그래서 윤리책에 실릴 만한 요소들을 가려내는 ‘윤리적 여과’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넷째로 ‘의사소통의 수직적 왜곡’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행해지는 토론이 무리한 다수결로 결론을 급조하는 형식적 의결의 절차가 아니라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드러내고 타인의 생각을 충분히 경청하며 ‘함께하는 발견’에 도달하는 합리적 의사소통의 절차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